성지 중의 성지 ‘세인트 앤드루스 올드’ 코스

인생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매력이다

600년 역사를 가진 ‘골프성지’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와의 첫 입마춤은 제법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.

심박수가 올가가고 어드레스 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뻣뻣하게 굳는다면 당신은 골프의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진정한 골퍼가 틀림없다.

1번 티잉 그라운드 바로 뒤엔 웅장한 R&A 의 클럽하우스가 코스를 내려다보고 있다.  R&A 는 디 오픈 챔피언십을  주최하며 미국과 멕시코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의 골프 룰을 관장하는 기구이다.

이 기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.

그곳의 근엄하고 까다로운 회원들이 당신의 어드레스 자세와 티샷을 심판할것 같은 걱정도 들 것이다.

올드 코스는 진정한 퍼블릭 코스다.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공원 같은 곳이다.  1번홀 티잉 그라운드 부근엔 관광객이 끊임없이 지나다닌다.  스타트 하우스 옆엔 혹시 빈자리가 날까 기다리는 골퍼들이 줄을 서 있다.

그래서 누구라도 올드 코스 1번 홀에서 티샷을 할 때는 갤러리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  이곳에서 실수를 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.

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골프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.  디 오픈 챔피언십이 올드 코스에서 처음 열린 1873년에는 골프의 첫 빅스타인 톤 모리스 주니어의 5회 연속 우승을 지켜보기 위해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구름처럼 많은 관중이 모여 들었다.

디 오픈 챔피언십 100주년이 되던 1960년에는 미국에서 슈퍼스타 아널드 파머가 왔다.  파머는 그 해 마스터스 대회에서 마지막 두 홀에서 연속 버디를 하면서 역전 우승했고,  US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도 7타를 뒤지다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한 터였다.

그는 그랜드 슬램을 위해 디 오픈 챔피언십에 처음 참가했다. 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.  그러나 파머는 한 타 차로 2위에 그쳤다.

제2차 세계대전을 호령했던 미국의 명장이자 미국 대통령을 지낸 골프광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올드 코스 1번 홀 티샷이 부담돼 첫 티샷을 2번홀에서 했다고 한다.

2번홀은 스윌컨 개울 너어에 있다. 그곳은 광활하게 트인 1번홀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.

세상과 성지, 현실과 이상, 차안과 피안의 경계가 이 스윌컨 개울이다.  미스터리와 전설, 도전, 육감, 같은 올드 코스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개울 너머에서 골퍼를 기다린다 .

속세의 번잡함이 부담스러워서 아이젠하워가 1번홀에서 2번홀로 후퇴 했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.

스윌컨 너머는 황량하고 투박하다.  2번홀 티에 서면 보이는 것이라곤 무덤처럼 솟아오른 둔덕과 러프 뿐이다.

어느 시골의 버려진 황무지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.  게다가 불확실한 세계다.

핀은 커녕 페어웨이도 보이지 않는 홀이 많다.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어디가 타깃인지 알 수 없으니 막막 하기만하다. 설령 노련한 캐디를 고용해 샷 방향에 대해 조언을 듣는다고 해도 직접보지 않으면 믿기 힘든 법이다.

믿지 못하면 스윙을 할 수 없다.  올드 코스의 스윌컨 개울을 건너고 나면 이런저런 의심 속에서 어색한 스윙을 해야 한다.

“인생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매력이다” 손오공티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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